안산 '성수 미술관'에 다녀왔어요! 🏃♂️ 벌써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의 초입, 9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들 이번 여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각자 추억할 여름의 기억들이 자못 궁금해지기도 하는데요!
리안 또한 끝나가는 여름방학을 예술(?)적으로 불태우기 위해 ‘성수미술관’에 방문해봤습니다.
성수미술관은 성수에 위치한 드로잉 카페입니다.
원하는 그림 도안에 맞춰 채색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 큰 인기를 끌어
이제는 전국적으로 여러 체인을 두고 있어요.
저희는 성수미술관 안산점에 방문해 체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호에선 다섯 에디터들의 취향이 묻어난 그림들을 함께 감상해보기로 해요!
🖍️ 성수 미술관 안산점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로 55 2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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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들의 활동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사진임을 밝힙니다.
기타 첨부된 그림들은 모두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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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La Blouse rouma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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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방법은 간단해요. 캐릭터, 명화, 영화 포스터 등 다양한 도안을 고른 후 각자 자리에 앉아 채색을 시작하면 되는데요. 저희 리안 에디터들도 각자 취향에 맞게 개성 있는 도안을 골라 활동을 진행했답니다. 저는 앙리 마티스 작가의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이란 도안을 골라봤어요. 검붉은 배경 속 푸른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왜인지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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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돌릴 틈 없이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할 여유는 도통 생기질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명화는 바삐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이 있는데요. 특히 물끄러미 그림을 보고 있자면, 그림 속 인물이 마치 내가 된 것 같은 추체험도 가능케 합니다. 저는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감상을 느꼈는데요.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던 호퍼는 특히 고독한 도시인의 삶과 애환을 작품 속에 잘 녹여냈다는 평을 받는 작가입니다. 심야 식당에 들어앉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해 그려낸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왜인지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특히 저는 호퍼의 그림을 보며 홀로 도시에 상경해 느꼈던 지난날의 기억과 감정이 불쑥 떠올랐는데요. 그림만으로도 각기 다른 기억과 감상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게 바로 명화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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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다들 알고 계시죠? 저는 성수미술관에서 이 작품의 도안을 채색해보았어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가본 건 처음이었는데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등과 허리를 굽히고 채색을 했답니다. 초반엔 언제 이걸 다 하나 싶었는데!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러있더라고요. 머리를 비우고 캔버스를 채워나가며 평소 못한 생각 정리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이런 힐링의 시간과 더불어 푹푹 찌는 날의 더위까지 피할 수 있다니, 여름이 끝나기 전 여러분께 추천해드릴 만한 장소였답니다! (귀여운 앞치마와 토시, 베레모까지 착용할 수 있는 건 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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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1888, 캔버스에 유채
언젠가 반 고흐 전시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 날도 지금처럼 후덥지근하고 습했던 여름날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와 아무 생각 없이 찾은 전시였는데 저는 그 날 처음 반 고흐의 생애를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화가, 죽어서야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그의 생은 정말 순탄치 않았더라고요. 하지만 제게 가장 와 닿았던 건 힘들고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반 고흐가 그림을 놓지 않았다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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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을 때, 그래서 확신이 사라지는 것 같을 때.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놓고야 만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이솝우화 ‘여우와 포도’에서 여우가 포도를 먹는 데 실패하자 ‘저 포도는 분명 신 포도일 거야.’ 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처럼요. 사실 저도 그런 적이 많아요. 갖지 못할 거라면 그래, 가졌으면 후회했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드는 일이요. 어쩔 땐 그런 착각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 버릇이 너무 습관적이게 되면 사람을 점점 무력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게 신 포도인 것 같아도 한 번 먹어보자는 그 고집, 울고불고 지쳐도 모든 걸 무릅쓰고 나아가는 힘. 그런 게 필요하다 생각이 들 때마다 저는 반 고흐를 떠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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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침실> 1889, 캔버스에 유채
제 방에는 반 고흐의 방이 있어요. 그 날 갔던 전시에서 사온 굿즈인데요, 랜티큘러 카드라서 이리저리 돌려보면 정말 반 고흐의 방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 방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쓸쓸함과 적막함이 느껴지지만 문이 두 개나 나있고, 창밖이 밝잖아요. 금방 자리를 박차고 나간 듯 꺼내어진 의자와 걸려있는 옷가지들이 괜찮을 거라 말해주는 것 같아 금세 외롭지 않아져요. 이런 게 미술이 주는 위로라 할 수 있겠죠?
반 고흐는 알까 모르겠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여태껏 당신을 사랑하며, 내내 혼자였을 방 한 칸을 바라봐주고 있다는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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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앞두고 그림을 그렸어요. 붓에 물감을 묻혀서 그림을 그린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캔버스에 붓으로 스윽, 슥슥, 그리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분명 그건 촉감인데 어쩐지 물감의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어요. 원래 제가 그리고 싶었던 도안은 바닷가에 사람이 물안경을 차고 잠수하는 그림이었어요. 그런데 인기가 많은지 도안이 없었어요. 그래서 바꿨어요. 바꾼 도안이 더 마음에 들더라고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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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갔었어요. 그때 호스텔 사장님의 추천으로 고흐 마을을 갔습니다. 가려던 루브르 박물관이 갑자기 당일 문을 닫아 일정이 펑크가 나서 간 곳이었는데요. 파리에서 전철을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었어요. 2시간이란 시간을 건너서야 도착했어요.
가는 여정은 매우 고단했지만 그 고단함은 도착하자마자 날아갔어요. 고흐 마을이라 불리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고흐의 많은 유작들이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전경이 두 눈에 들어왔어요.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림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고흐의 작품엔 그의 정신적인 아픔이 담겨있다고 하죠. 그곳은 고흐의 그림 속 한 장면과 똑같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아프지 않고 따뜻했어요. 분명 작가도 생전에 그 따뜻함을 느낀 적이 있지 않았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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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다 보니
물감으로 칠하다 보니
그때 그 여행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림과도 같던 산책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옆에 있는 친구.
같이 거닐던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우리를 기억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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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색채감각이 없어요. 예쁜 색이나 멋진 그림 같은 걸 보고 ‘멋지다’ 이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렵습니다. 특히나 어떤 색과 또 다른 색이 만나 ‘예뻐’지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색까지는 어찌저찌 누군가 정해준다 해도, 색을 입히는 건 진짜 어렵습니다. 이 물감이 마르면 다음 물감을 칠하고, 이 물감의 특성은 이렇고, 다른 물성의 것을 올릴 때는 이런 걸 주의해야 하고. 영 쉽지 않았습니다. 어휴. 모르면 용감하다고, 저는 어렸을 적에 채색만 하면 작품을 망쳐놨어요. 선을 그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요.
아무튼요.
제가 마티스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정확합니다. 눈에 띄고, 확실해요. ‘야수파’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타 다른 풍경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가 있어서요. 그 중에서, 내가 칠해야 할 데와 칠해야 할 색이 정해져 있는 그림을요. 성수미술관에서는 <풀잎>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이 그림의 이름은 <La Gerbe>, 한다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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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풀잎들이 겹쳐져 캔버스 안, 한 다발을 만들고 있으니 맞는 말인가 싶기도요.
좋아하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제대로 된 것, 정확한 것, 외워서 지나칠 수 있는 사실들, 정리하고 지나칠 수 있는 글자들. 그 글자들이 남기는 깊이와 의미가 있는데요, 그걸 좋아합니다. 강렬하고 눈에 보이며, 어딘가 단순해 보이지만 색과 색 사이로 비치는 말들이 좋아요.
사실 저는 성수미술관에서의 경험이 그다지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뭔가 의미없이 색칠만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캔버스에 칠하기’ 놀이랄까, 이제는 그다지 이색적이지도 않잖아요, 솔직히. 전 뭔가 의문을 품으며 후다닥 색 만들고, 칠하고, 만들고, 칠하고.
흐흐. 좋은 말만 하라는 법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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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하는 걸 알려드릴까요. 전 역사를 좋아하고, 꽤 잘 했습니다. 외우는 거 말고요, 이해하고 흥미로워 하는 걸 잘해요. 그래서 나치 독일, 혹은 그 주변 국가들의 세계대전 당시 다큐멘터리를 자주 봅니다.
넷*릭스 <폭군이 되는 법>, <엘도라도: 나치가 혐오한 모든 것> 이런 거요. 아, 그거 아시나요.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게임에는 나치 독일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뭔가 오해를 샀을까 말씀드리지만 (이렇게 변명하는 게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나치독일을 동경한다거나 이해를 하고 서사를 부여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예요. 특정한 사람들의 이익과 대중들의 심리가 얽히고 제멋대로 스며들어 폭력이 폭력을 불러 일으키고, 기술이 인류를 해치는 그 가운데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기술이 인류를 해친다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기술이란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이성이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해치고, 다친 인간이 이성을 잃고 또 다른 약한 인간을 기술로서 해치고 파괴합니다. 거기서 오는 충격이 상당해요.
그 즈음의 그림들을 좋아해요. 대표적으로 르네 마그리트. 좋아하는 그림은 <연인들>. 회색 천을 얼굴에 덮은 두 이성이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별 것 아니어 보이지만, 그림 전반에서 겹쳐지고, 겹쳐진 색채들이 주는 불길한 감각들.
얼굴을 가려두고 서로를 익명으로 둔 채 애정을 주고 받아요. 이성을 간직한 채로. 이해할 수 없어서 좋아합니다. 익명과 물음표의 세상에서 살면서 함께 궁금해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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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가는 것 같진 않지만 여름 방학은 끝나가더라고요. 얼마 전에 성수미술관에 다녀온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져요. 방학이 끝나버렸기 때문이겠죠? 아쉬워요. 보통 방학 때면 많은 전시를 보러 다니곤 했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직접 그림을 채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니, 만족하기로 했어요.
저는 도안을 가장 마지막에 골랐어요. 언제나 그렇듯 선택이 어려웠기 때문이죠. 선인장과 고양이와 튤립 중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튤립을 정했어요. ‘네덜란드 튤립’인가 하는 제목의 도안이었는데 선이 많은 그 그림은 마치 스테인드글라스 도안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왜 성당에 가면 알록달록한 유리로 표현된 그림 창문들이 많잖아요! 그러니 그냥 알록달록하게만 칠하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어요. (큰 착각이었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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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그렇게 맘에 드는 결과물은 아닌 듯 해요…. 이미 그려진 그림에 색칠만 하는 시간이었는데도 저는 또 가장 마지막까지 걸렸어요. 매사 느린 제 탓이겠지만서도 단순히 색을 채우는 과정은 쉽게 골몰하게 되기도 했고, 동시에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잡생각이 몰려들기도 했어요.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물감의 색들을 섞고, 선 바깥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서 붓질을 하면서 조금씩 채워져 가는 그림을 봤어요. 예쁘지 않았어요. 빈공간이 완전히 채워지기 전에는 이상해 보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았고요. 그리고 언젠가 보았던 스테인드글라스를 자꾸 떠올렸어요. 그 영롱하고 아름다운 색을 조금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물감을 섞어봐도 탁해지기만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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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완성된 그림을 책장 위에 올려두니 나쁘지 않더라고요. 또, 빛에 비춰보니 왠지 뒷면이 더 맘에 들었어요. 스테인드글라스와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 문득 색을 칠하며 떠올린 이미지는 어디서 본 스테인드글라스였을지 궁금해졌어요. 주말마다 가는 성당에서 본 것이었을지 멀리 여행을 갔다가 외국의 대성당에서 본 것이었을지, 또는 성당이 아닌 어딘가였을지. 기억나진 않았어요. 다만 어딘가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러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답니다. 멀고 고요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요. 이번 방학에는 이루지 못했지만, 다음 방학에는 아마 이룰 수 있을거라 믿어요. 그 믿음으로 방학 전까지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제가 봤던 스테인드글라스들을 보여드릴게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있을 스테인드글라스를, 그 한 조각의 색을 떠올려보시길 바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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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을 찾다가 제주에서 보았던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보통의 작품들과 달리 탁하고 선이 많은 스테인드글라스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아래는 어디에서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작품들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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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되면 귀신같이 시원해진다는
‘처서 매직’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더위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_・˘)
이런 날일수록 더위를 피해 실내 활동이 더욱 간절해지곤 합니다.
여러분도 여유가 있다면 성수미술관에서 숨겨진 예술혼도 불태워보고,
시원하게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ദ്ദി '֊' )
8월간 기획된 리안의 예술탐방일지 모두 재밌게 보셨나요?
다음 호부터는 다시 다섯 에디터들의 여러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오려고 해요.
그때까지 기대하며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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