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외사랑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상태의 ‘짝사랑’과 달리 외사랑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일부러 모른 체 하는 사랑을 뜻합니다. 이유야 다양한데요.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만남을 시도할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이미 짝이 있거나 등등. 쉽게 말해서 짝사랑과 외사랑은 ‘혼자 하는 사랑’. 그래서 마음의 방향이 서로를 겨누고 있지 않은 일방적 사랑의 형태인 셈입니다. 어째 말만 들어도 마음 한편이 절로 아려오는데요. 그런데도 이 짝사랑이란 게 꽤 재밌기도 합니다. 내 일상에 함부로 침입한 상대방이 밉다가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막상 눈앞에 나타나면 떨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사랑의 바보’가 되고 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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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중독자’란 말이 만연하게 나돌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짝사랑 경험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짝사랑의 결말이 완전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누구나 짝사랑을 시작하면 바라는 게 사랑의 완결이 아니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인이 된다면, 정말 세상 다 가진 듯한 기분일 것 같네요. 저 또한 무구한 짝사랑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짝사랑 중독자이자 ‘금사빠’이기도 한 제 첫사랑은 무려 짝사랑이었으니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외사랑이라고 해둡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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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첫사랑이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제 첫사랑의 기준은 ‘가장 먼저 사랑한 사람’이기 때문인데요. 사랑이란 게 꽤 추상적이어서 기준도 명확하진 않지만, 상대방을 위해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과 말까지 하면서 당시의 저는 이게 ‘사랑이구나!’ 절절히 느끼곤 했답니다. 여태껏 저 자신을 건드리면서까지 상대방을 위해서 무언갈 시도하고, 휘둘린 적이 없었고, 또 알게 모르게 시작한 사랑이 제일 무섭다고 하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이불을 뻥뻥 차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요! (하지만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네요)
사랑은 사람을 쉽게 무뎌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비록 이어진 사랑은 아니었지만,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뭐든 퍼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순간은 꽤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도 모른 척한 상대방을 생각하자니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네요. 내 사랑의 힘이 상대방에게 그렇게 세진 않았나 봐요.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정말 몰랐던 건지 찾아가 따져 묻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뭐 어쩌겠어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시절에 맞는 인연이 따로 있듯 상대방을 향한 마음과 그때의 순간을 한 시절에 마저 흘려보내려 해요.
여러분도 흘려보내고픈 사람과 기억이 있다면 주저 말고 마음 밖으로 내보내세요. 자리가 있어야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순간의 공허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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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만 상대편을 사랑하는 일을 짝사랑이라고 한대요. 상대가 내 마음을 알고 있던, 알고 있지 않던 간에 나 혼자서 사랑하는 일을 그렇게 부르는 거죠. 그 상대는 성애적인 마음이 드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친구, 동식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상대가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을 때, 혹은 티도 못 낼 만큼 내 마음이 부끄러울 때. 그 모든 순간이 ‘짝사랑’ 이었다면 저 또한 무수히 많은 짝사랑을 해보았던 것 같네요. 하지만 제가 짝사랑했던 이야기들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바랬더라고요.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봤어요. 내가 짝사랑 받아봤던 일은 없었을까? 하고요. 그러다보니 여태껏 외면하기 바빴던, 그러나 끊임없이 받아왔던 누군가의 사랑이 떠올랐어요. 부끄럽기도 하지만 또 언제 이런 말들을 해보겠어! 싶은 마음으로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저를 짝사랑해주는 그 사람은 사과하는 법이 서투르고요, 노래를 들을 때 크게 듣는 걸 좋아해요. 운전은 잘하지만 요리는 늘 이 퍼센트씩 부족한 사람이에요. 화려한 색들을 좋아하고… 낮잠 자기를 즐긴답니다. 그 사람이 제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이 퍼센트 부족한 요리를 양껏 해주거나, 제 집으로 말없이 과일을 보내주거나, 함께 텃밭 구경을 가자고 해요. 저는 매번 그 모든 표현에 대해 약간의 불평을 늘어놓았고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왠지 받기가 부끄러운 마음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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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짝사랑해준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 채셨을까요? 그 사람은 바로 저희 엄마에요. 엄마는 저를 스물넷에 낳았어요. 어리디 어린 나이에요. 엄마는 사춘기 겪던 첫째 딸이 내뱉은 미운 말 때문에 밤마다 눈물 훔치고, 네 남매를 키우느라 억척스러워지고, 일하느라 아파진 손을 매일 주물러요. 엄마는 우리를 짝사랑하느라 바빴어서 정작 제 마음 돌보고 표현하는 법을 잘 몰라요. 그래서 고집도 세고, 버럭 소리도 지르고, 어느 때는 이유 없이 토라져 푸는 데 애를 먹어요. 그래도 이제는 알고 있으니 괜찮아요. 당신이 내게 준 짝사랑 덕분에 내가 잘 먹고, 잘 크고, 제 앞가림은 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어제는 요리를 하려다가 엄마에게 대뜸 전화를 했어요. 이미 알고 있는 레시피인데 모르는 척 하고요. 그럴 때 엄마는 어딘가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알려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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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먼저 볶아야 돼, 그런 다음 물을 넣고. 거품도 꼭 걷어야 된다……. 맛있게 먹어.”
그런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져요. 이제는 내가 당신을 열렬히 짝사랑하고 싶다고요. 하지만 다시금 부끄러워지는 마음에 응, 하고만 끊어버리는 전화. 그래도 내일은 꼭, 간지러운 말도 덧붙여 보겠다고 약속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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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동경하다 보면, 재능 있는 자도 사랑하게 됩니다. 맞아요, 짝사랑엔 도가 텄어요. 삶을 가득 채운 한 여름 아지랑이 같은 사랑,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막막하고 두려운 삶이 양 옆에 있습니다. 그 아래에서 중심을 받치고, 저는 끊임없이 저울질 합니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저는 오타쿠입니다.
일 년 넘게 한 사람을 사랑했어요. 어느 배우 한 명인데요, ‘덕질’을 하는 방식도, 좋아하게 되는 마음도 평소와는 달라 이게 꼭 짝사랑 같은 마음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비웃을 것이고, 누군가는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게 운명 같습니다. 꼭 이루어질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눈 닿는 데 있지 않으면 아쉬워서 멀리서 눈에 담으면 절절하고.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내심 기대했던 미취학 아동 시절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이런 사랑일 줄은 몰랐어요.
제 눈에 그는 재능 있는 사람이지만, 또 동시에 재능 있다는 말이 뭉뚱그리는 노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말마따나 원석은 시간을 들여 갈아야 빛나는 법이니까요.
시간들이 필요했겠죠.
집중력, 쉽게 피로하지 않는 능력, 허리 펴고 다리 꼬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는 끈기, 시간과 자신의 일을 잘 배치할 수 있는 그 센스. 이런 것들. 다들 그런 걸 키워보라고, 노력하지 않으니 생기지도 않는 거라고 말하더니 또 어느 날에는 그런 것도 재능이라고 말하던걸요. 전 재능이라는 말이 싫어요.
나에게는 없고, 남에게는 무례합니다.
없는 자의 핑계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좀 재능이 없어서 핑계가 길었어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이런 말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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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가 키운 딸내미는
대학에 와서 문학을 하여요‘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이야기지만, 또 동시에 제가 가진 막막함의 총집합이기도 합니다. 낭만, 문학, 대학, 그리고 날 키워준 누군가. 안전히 키워졌다는 건 또 안전히 나아갈 의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문학이 내뿜는 초록빛 미래가 제 어린 시절이었다면, 막막한 의무가 지금 이 시점의 저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지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군요.
재능 있는 자가 승리하는 세계에서 재능 없는 자의 설움을 아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이나 문학은 좀 아름다운 데가 있어서 계속 손 뻗게 됩니다. 저의 짝사랑은 이래요. 중간에 멈출 수도 있고, 거진 십 년이나 해온 것을 이제는 그만두겠다며 지지부진, 미워하게 될 수도 있지만요. 사실 짝사랑의 묘미는 혼자 시작했으니 혼자 끝낼 수 있는 그 알량함에 있는 거니까요. 그만둘 마음이 안 들어서 그렇죠. 역시 이것도 짝사랑, 혼자 하는 사랑, 닿지 못할 그 어떤 것.
…노트북을 앞에 두고 하는 짝사랑도 사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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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타고난 사랑꾼이랍니다.
저는 별로 좋아하는 게 없거든요. 음, 아니다. 관심이 없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우선 관심이 있어야 호불호라는 것도 정해지는데 저는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흔히 핫한 상품이라고 하나요. 그런 유행하는 아이템에 대해서도 감흥이 없어요. 그닥 귀엽지도 예쁘다는 생각도 안 들고 딱히 가지고 싶지도 않아요.
이런 제가 왜 사랑꾼이냐고요? 이렇게 세상만사 사물들에 별로 흥미 없는 제가 관심 있는 것이 생명체거든요. 인간, 동물, 식물, 외계 생명체.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어떤 생명체가 어떤 모양으로 숨을 쉬며 사는지 온전히 비춰주거든요.
일상에서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살아갑니다.
저도 그렇고 다른 사람 모두가 그렇겠지요.
그러면서 사람이 싫어지고 무서워지죠.
살아가며 나쁜 사고와 사건은 좋은 일보다 훨씬 더 많이 접하고 겪고요.
그런 세상에서요.
전혀 만난 적 없는 누군가를 걱정하고 누군가를 슬퍼하고 누군가 때문에 눈물이 나오고.
저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겠지요.
그건 짝사랑입니다. 포기하고 싶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그 짝사랑이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생물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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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카페에 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커피는 못 마시고 따뜻한 유자민트티를 시켰고… 호호 불어서 한 입 마셨는데, 참 달아요. 아픈 머리가 조금은 덜 아파지는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달달한 맛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고 가끔 생각이 나면 시켜보곤 하는데요, 오늘 이야기해 볼 짝사랑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아주 가끔 달달해서 더 놓지 못하는 그런 대상이라는 점에서요.
사실 저는 짝사랑이라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짝사랑은 해보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같은 반의 어떤 이성을 좋아했다던가 성당에 다니는 어떤 이성을 좋아했다던가 하는 일들이요. 어쩌면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건 짝사랑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짝사랑을 안 해본 건 아니고요, 저는 무수한 존재 그 모두를 짝사랑했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지금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당신! 당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서도 저는 늘 편지를 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써요. 이 글을 좋아해줄까 조금은 걱정하면서, 그리고 부디 당신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짐이 아닌 쉼이 되어주길 바라면서요. 이런 마음도 일종의 짝사랑일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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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역시 짝사랑하며 살아온 것 같고,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에요. 저는 그들의 사소함을 기억해요. 어떤 음식을, 색을, 향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고 싶고, 그들의 표정을 알고 싶어해요. 이 표정을 지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또는 어떤 이야기를 하기 직전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제 표정을 잘 읽어주는 이를 만나진 못한 것 같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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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전히 짝사랑 중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아요. 저는 이 짝사랑을 꽤 즐기고 있거든요. 앞서 말한 것처럼 가끔 찾아오는 달콤함이 있으니까요. 저는 그걸로 충분히 행복을 느껴요. 그 찰나의 달콤함을 오래 기억하며 또 사랑해요. 문득 내가 하는 것이 사랑인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아직 사랑이 아닌 이유는 찾지 못했어요.
이보다 더 짝사랑이라 느껴지는 것들은 아마 그 대상이 외적으로 더 멀리 있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면 사랑하는 아티스트들과 작품들이 그렇겠죠?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저라는 당신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완전히 모르는 것도 아닐 것 같아요. 서로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사랑일거라 믿고 있거든요. 물론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기는 해요. 제가 사랑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놓지 못하고 있는 ‘꿈’이란 것은요. 아직 마땅한 결과가 없기 때문에 짝사랑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결과가 있었다고 해도 그건 타인의 인정으로 만들어진 결과니까요. 정말 그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저 자신 뿐일 거예요. 그리고 저는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이니 언제까지나 짝사랑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고요. 그러고보면 모든 사랑은 짝사랑일지도 모르겠어요.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오직 스스로가 사랑하고 있는 마음만을 알 수 있을 뿐이죠. 어쩌겠어요, 그 마음을 믿고 계속 사랑하는 수밖에요. 모두가 짝사랑인 사랑을 하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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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차가 모두 식었어요. 당신을 위한 글을 쓰는 동안에요. 제가 사랑하는 당신들에게는 따뜻한 차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길 바라며 편지를 보내요. 그럼 또 돌아올게요!
당신을 위한 편지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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