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노력하세요👍 안녕하세요! 보리수입니다.
지난번 첫 메일 잘 받아보셨나요?
두 번째 메일은 구독자 분들의 고민 중 '노력'을 주제로 삼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모두 비슷한 생각을 떠올렸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글을 쓰다보니 각자의 노력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아마 이 편지를 읽는 여러분의 노력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반짝이고 있겠죠? 이번에도 메일의 뒷이야기는 공란으로 비워둘게요. 여러분의 이야기로 가득차길 바라니까요! (저희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느덧 오월의 끝자락에 다다랐어요. 이제는 정말 여름이 다가온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우리의 여름이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기대하며, 함께해 주시길 바라요!
그럼, 얼마 남지 않은 장미를 즐겨주세요🌹
2023.05.26 NO.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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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루가: 행복을 위한 노력
- 올라프: 나사를 조이기 싫거든요
- 문어소세지: 노력을 했다
- 토마토: 빈 말은 술 한 잔
- 보리수: 말에 올라탄 노력의 몸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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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노력하는 사람과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면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할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저는 그 경계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이에요.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노력의 상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왜 보통만 해도 만족할까? 이것은 제 오랜 고민이기도 하죠. 보통의 영역에 다다르면 금세 안주해버리고 마는 제 자신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아요. 누군가는 “노력만 하면 되는 건데 왜 안 해?” 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요? 하루에 2리터 이상 물 마시기, 밥 먹고 바로 눕지 않기, 하다못해 척추를 곧게 펴고 앉기. 모두 알고 있듯, 노력은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들 투성이잖아요. 이렇게 작은 노력에도 얼마만큼의 품이 드는지 세상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다그칠 때가 많아 문득 속상해지네요.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어떤 부분에 가장 노력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들여다보니 그건 하고 있는 공부도 아니고, 창작도 아니고, 저축 같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제가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대부분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한 노력이에요. 저는 아무리 바빠도 개인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본가에서 사는 강아지의 안위를 위해 노력하고, 하루에 한 번은 산과 하늘을 올려다보려 노력해요. ‘뭐야, 다 자기 좋은 것만 하네?’ 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제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끔 돕거든요. 나를 온전하게 유지시켜줄 수 있는 노력이야말로,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여타 노력들에 대한 발판이 되어주는 것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가 노력에 관해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노력을 ‘성공’ 으로 연결시키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성공’ 이 아닌 다른 단어를 떠올려 봐요. 이를테면 ‘행복’, ‘사랑’, ‘위로’ 같은 말들이요. 그러면 그때부터 노력은, 성공을 위한 노력이 아닌 행복을 위한, 사랑을 위한, 위로를 위한 노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노력과 갈등하는 마음이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노력은 배신도 하고, 안 한 것만 못할 만큼 도리어 어마어마한 뒤통수도 때릴 수 있다고 여겨보세요. 그럼 노력이란 것에 힘들게 맞서고 싶기보다 돌아서 다른 방향을 향해 가고 싶어지잖아요. 혹시 모르죠. 돌아서서 새롭게 마주한 길에 ‘진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오로지 ‘행복’만을 위한 벨루가의 노력 부록>
1. 편의점 신상 디저트는 꼭 먹어보는 노력
2. 안 입는 옷을 누군가에게 주어 옷에게 쓸모를 만들어주는 노력 (뿌듯함의 행복)
3. 강아지와 산책을 가서 함께 봄 냄새를 킁킁대는 노력
4. 밤 동안 얼음을 얼려, 다음 날 보리차에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여름날의 노력
5. 친구들의 블로그 일기를 보며 다정한 근황을 확인하는 노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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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꾸준히 어떤 말을 들어요. 태어난 것만으로도 책임을 다했다고. 그런데 제 옆에서 엄마는 전혀 다른 말을 해요. 어디 사는 누구네 딸은 용돈을 30만원 준다던데. 저는 그렇구나 그래요. 어떤 사람이 말해요. 부모의 욕심에 아기를 낳았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런데 앞에서 엄마는 전혀 다른 말합니다. 여기 사는 누구네 아들은 임용에 합격했다던데. 그러니 저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누가 누구를 책임져야만 하는 것인지. 저는 저만 책임지고 살고 싶거든요. 누구의 말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거든요. 노력은 누군가의 말에서 출발하곤 합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누군가를 향해 펼쳐졌습니다. 그 뻔한 세상의 잣대나 편견. 혹은 누군가의 희망 사항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향해 보려고요. 당신의 노력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어딘가로 향하기 전에 저는 멈췄습니다.
일단 쉬어 갈게요.
글자는 고칠 수 있지만 한번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어요. 그래서 그 말에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피곤합니다. 저는 거기에 제 체력의 반을 씁니다. 저는 노력을 체력처럼 나눠 씁니다. 나눠 쓰긴 하는데, 분배는 잘 안 됩니다. 어딘가에 힘을 기울이면 다른 어딘가에 에러가 생기거나 구멍이 생깁니다.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를 보면 사람들이 나사를 조이면 되지 않냐고들 합니다. 네, 저도 압니다. 노력이 부족하죠. 노력이.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됩니다. 그 이상의 노력이요.
제 노력은 소모품입니다.
노력을 쓰면 노력이 닳아버립니다. 그런데 그 이상이요?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배터리도 다 되면 충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저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시나요. 저는 못합니다. 그러니 저는 그만.
여기서 멈춥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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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생긴 말버릇이 있다면 바로 ‘가보자고’ 일 겁니다. 그럼에도 가보자는 것 같아서, 전후 상황을 따지지 않고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저는 요즘 ‘가보자고’란 말을 좋아하게 됐는데요. 자만과 자신 사이에 걸친 이 말을 뱉어낼 때면 불쑥 자신이 생기곤 합니다. 문제는 노력도 하지 않고 미진한 결과에 내리는 최후의 처방전처럼 이 말을 뱉어낼 때가 있다는 겁니다. 아주 자만하게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노력을 대하는 태도만으로 사람을 간단히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에 속하나요? 하나 분명한 건 저는 전자에 가까우며, 노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달란트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겁니다. ‘달란트’는 흔히 재능이라 일컬어지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달란트는 어린 시절 교회에서 주고받던 화폐 단위를 말합니다. 선물을 받기 위해 달란트를 모으고, 달란트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어쩌면 달란트는 타고난 재능보단 꾸준한 노력의 의미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준비하던 시험에 번번이 떨어질 때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저조한 결과에 좌절했다기보단 그간 노력했던 과정이 물거품이 되었음에 무력한 분노를 느끼곤 했습니다. 내 손으로 아무것도 일궈낼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저는 밤새 커튼을 친 채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노력으로 실패했지만, 다시 노력으로 무마하자. 그게 저의 매뉴얼이자 생존법인 셈이었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노력이 정말로 희미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든 저는 지금도 뭐든 결과만 내세우는 이들을 볼 때면 절로 피로가 몰려옵니다. 조언이랍시고 타인의 노력을 무마하는 무례에도 작은 분노를 품습니다. 세상은 항상 목소리가 큰 사람을 위주로 하고, 여전히 돌아가는 지구 앞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입으니까요.
물론 기울어진 구조 앞에선 앞선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순 있겠지만, 이 글은 노력의 총량을 따지자는 말이 아닙니다. 노력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자신에게 충분한 보상, 그러니까 달란트를 제공하자는 겁니다. 고작 작은 화폐 단위일지라도, 노력에 지친 당신에게 내가 유일하게 줄 수 있는 말은 이뿐입니다.
세상에는 제 뜻대로 안 되는 게 천지지만 그럼에도 성실하게 상처 입지 말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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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듯 말하면 정말 별 거 아니게 되듯이.
그냥 한 잔,
웃으면서 한 잔,
됐어, 됐어, 한 잔.
이렇게 세 잔의 술을 마시면서 털어버린 말이 있어요. (여기에 적었으니 완전히 털리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나는 네가 충분히 노력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네가 최선을 다한 건지 잘 모르겠던데.
‘노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제가 한 노력들을 알려드려야 할까요, 아니면 이만큼이나 노력했으니 더 이상 손가락질 하지 말라고 입을 삐죽거려야 할까요? 저는 늘, 노력하고 마시는 술 한 잔에 모든 걸 털어넣어야지, 그걸로 잊어버려야지, 다 끝내야지, 생각하다가, 막상 술잔 앞에 앉으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려요.
제 노력이니 최선이니 술술 말하고 나면 알아채죠. ‘지금 취했군.’ 얼굴이 붉어지면 진솔한 얘기를 하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솔직한 얘기를 하는 건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라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저는 얼굴이 너무 빨리 빨개져서 토마토거든요. 아침엔 기억이 안 나고, 과거의 나에 대한 미움만 남은 채로 아침이 되고.
다시 걸어아죠.
저 방랑벽 있어요. 제가 정말 떠돌이꾼은 아니지만, 집 앞을 한 번 나서면 서점, 마트, 은행, 문구점까지 찍어 다니는 ‘집순이’지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목적지 없이 길거리를 다니는 버릇이요. 그 이상한 습성이 이틀에 한 번 도지는데. 익숙해지면 아프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많이 걸으면, 많이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아요.
다들 어딜 그렇게 가냐고 묻거든요.
저는 오늘 세 시간을 걸었고, 내일모레도 세 시간을 걸을 거예요. 이만 보를 걷고요, 이만 보를 걷지 않는 날에는 학교 가는 것 말고는 꼼짝도 안 해요. 이런 식으로 평균 만 보의 걸음수를 유지하고 있어요. 노력이라는 건 이런 거죠. 아등바등, 열심히 달려서 고작 거기? 네, 거기가 제 최선이네요. 하하.
전 아무 말도 못 했거든요. 최선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으니까요. 충분히는 뭐고, 최선은 또 뭐고, 그럼 먼저 노력이니 뭐니 입에 올린 입장에서 한 번 말해보라고 대꾸라도… 됐어요, 술 세 잔에 또 얼굴이 빨갛게 되겠죠. 노력을 술안주처럼 마시다 보면 걸음처럼 안 아프게 되는 날이 오겠죠.
최선이 아니라도 건배 해요. 이번 원고가 끝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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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나요? 지난 2주 동안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을지 궁금해요. 저는 감기에 걸려 된통 앓기도 했고, 조금은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편지 쓰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 것 같아요. 왜냐고요? 이렇게 아팠다는 걸 말할 수 있잖아요. 말함으로써 해소되는 부분들이 꽤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당신도 무언가가 해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저만 좋으면 조금 슬퍼질지도 몰라요...
감기와 무기력이 왜 찾아왔나 생각해 보면 나의 게으름 때문이에요. 게으름이라기보다 계획하지 않는 습관? 아무튼 그런 습관으로 인해 해야 할 것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어요. 그걸 감당하지 못해 몸이 아팠던 것 같고요. 그런데 왜 무기력까지 느꼈냐 하면... ‘내가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었죠. 내가 조금만 더 서두르려고, 더 열정적인 상태이려고 노력했다면 일이 밀리지 않고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이런 마음들이요.
이런 마음이 처음은 아니었어요. 저는 남들이 보기에도 스스로가 보기에도 그렇게 열정적인 사람은 아니어서, 노력을 크게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자꾸 비교하게 되었어요. 남들은 여기 오기까지 나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은데,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이렇게 부족한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모습이 이기적이지 않나? 욕심이지 않나? 하면서요. 그렇게... 보리수는 빨강이 채 되기도 전에 떨어질 위기에 처했답니다. 이때 보리수가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말’이었어요. 보리수 자체를 좋아해주고, 지지해주는 말들은 존재의 무력감을 회복시켜 주었거든요. 주변에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특히 우리 올라프, 벨루가, 문어소세지, 토마토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무력감이 점점 사라지게 되니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보였어요.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노력을 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저는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는 사실 ‘말’ 하나를 믿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노력해야 한다, 노력한만큼 대가가 따라온다는 그 말들. 분명 맞는 말들이겠지만 ‘노력’이라는 말 자체에 너무 많은 무게를 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말을 내뱉기 전에 그 무게에 대해 더 생각하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어떤 노력은 말처럼 될 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저는 유월에 다시 돌아올게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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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어요! 물론 당신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을 거라 믿고 싶네요. 반짝이는 것들은 흔들리고, 흔들리기에 반짝이는 우리를 응원해요.
우리는 노력하는 서로를 보듬을 수 있을까요? 다음 호의 주제는 "휴식 "입니다. 기대하며 기다려주세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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